홈마 가쿠(本間學) 선생의 말은 통역하기 쉽다. 평이하고 꾸밈 없는 진솔한 용어를 사용하고, 추상적이지 않은 직관적인 용어를 사용하시기 때문이다. 그리고 끊임 없는 농담으로 수련생 모두를 항상 웃음짓게 만들지만 그 속엔 뼈가 있다.

홈마 선생과


니폰칸(日本館, http://www.nippon-kan.org) 관장 홈마 가쿠 선생의 한국 방문과 그와의 2번째 만남이 전남 순천의 호연도장에서 있었다. 작년의 방문이 아이키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여타 행사와 중복된 것이었다면, 이번 한국 방문은 순수하게 윤대현 관장님을 만나기 위한 것이었는데, 마침 관장님의 순천지역 세미나와 겹친 덕분에 지도를 요청한 것을 흔쾌히 받아들이신 것이다. 얼마 전부터 관장님을 미국 덴버로 초청하여 세미나를 여시겠다는 것을 고사하였는데, 이번에 직접 찾으신 것이다. '두 번 찾아왔으니, 한 번은 와야지. 내년 5월에는 꼭 미국을 방문해주시게. 멕시코도 함께 방문할 걸세.'라는 정성에는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세미나의 일정은 토, 일요일의 양일간 총 4타임이지만, 개인 사정상 토요일 하루 2타임만 참가할 수 있었고, 지난 번과 같이 통역과 받기를 담당했다. 선생은 나를 기억해주셨다.

선생은 창시자 우에시바 모리헤이 큰선생과 함께 한 이와마에서의 일들로 운을 땠다.

'큰선생이 틀니를 하였다는 게 믿어지나요? 말년의 큰선생은 자주 역정을 내셔서 높은 선생들은 찾아오지 않았고, 바로 옆집에서 기거하던 사이토 선생을 제외하고는 18세의 저와 19세의 다른 내제자만이 바로 옆을 지켰습니다.' 홈마 선생은 큰선생을 절대 신격화하거나 미화하지 않는다. 큰선생 역시 평범한 노인이었다는 것, 신이 아니라 '신이라 여겨질 정도로 노력한 분'임을 강조한다. 또한 스스로를 미화하지도 않는다. 우에시바 선생이 새벽마다 합기신사에서 '길기만 한' 기도를 하였다는 일, 수련 중에도 너무 긴 강의로 아직 18세 밖에 되지 않았던 홈마 선생은 '또 시작이야? 제발 빨리 끝내고 수련이나 하였으면'하며 속으로 투덜댔지만, 56세가 된 지금은 그때의 선생이 너무나 고맙고 좋은 경험이었다고 하였다.

이와마에서는 준비운동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수련생 대부분이 농부나 공원 등의 육체노동자여서 이미 하루 종일 몸을 사용했기에 따로 워밍업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 준비운동 대신 행했다는 '진혼법(종교와는 별다른 관계가 없는 일본의 전통문화로서 받아들여달라고 전제하셨다)'은 긴 들숨과 날숨으로 보기보다 상당히 어려웠다.

첫 번째 시간은 '사고의 유연성'에 대해서 지도하셨다.
'아이키도는 파괴하는 무도가 아니라, 생산하는 무도입니다. 그렇기에 큰선생께서는 무산합기(武産合氣)라는 말을 사용하셨습니다. 내 앞을 벽이 가로막을 때 그것을 부수어 뚫고 가지 않고 둘러서 가는 것, 나아가 이 벽을 새로 지을 집의 한 면으로 활용하는 것. 이것이 아이키도의 사고입니다.'
'합기, 조화라는 말에만 경도되어 마치 춤처럼, 둥글게, 우아하게 움직이는 것에만 신경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치 도사와 같죠. 상대가 저항하거나 장애가 생기면, '조화해야지'라며 넘어가도록 합니다. 하지만, 사람 사는 것을 보십시요. 모든 게 둥글고 원만하게 되던가요? 그렇지만은 않은 게 당연한 겁니다. 그렇게 되도록 노력은 하지만, 되지 않는 것을 일부러 되는 양하는 것은 안됩니다. 장애가 생기면 오히려 이를 나를 발전시킬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이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것, 상대를 느끼며 서로 타협점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키도는 무사의 무술입니다. 원래 입신 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상대의 저항에 대하여, 상대가 가고 싶어하는 방향으로 인도하는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전환이 탄생한 것입니다. 아이키도는 상대를 던지는 게 아니라 인도하는 겁니다.'
'아이키도의 수련은 이런 것입니다. 이와 같은 아이디어를 갖고 몸을 단련하면 내 사고 또한 변하기 시작합니다. 도장에서의 육체적 단련이 일상생활에까지 확대되는 겁니다.'

기술시범 후 수련생들이 꾸물거리자 '서두르세요! 여러분의 시간입니다!'라며 선생은 재촉하셨다. 일부러 돈과 시간을 투자하여 참가하였다면, 그것을 낭비하면 안된다, 최대한 알차게 써야한다는 뜻이셨다. 원래 수련시간 중간에 1시간의 인터벌을 두었지만, 선생은 역시 시간이 아깝다며 쉬는 시간을 15분으로 대폭 줄이고 남는 시간을 더 지도하셨다.

'나의 현역은 앞으로 10년, 나도 이제 다음 세대를 생각하여야 합니다. 큰선생을 직접 접한 사람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보다 많은 것을 여러분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두 번째 시간은 무기술과 체술의 연관성에 대해 지도하셨다.
'장을 무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장을 휘두르고 때리려고 하지 마세요. 장은 스스로 움직이고 싶어하는 방향이 있습니다. 장과 친해지세요. 우선 장과 함께 놀아보세요. 다양한 동작을 상상하면서 움직여보세요. 장과 함께 춤을 춰보세요.'
'초상화를 그릴 때 레이아웃을 잡은 후에 세밀한 부분을 그려가는 것처럼, 우선 장과 친해진 다음에 세세한 부분을 교정하는 겁니다. 초심자들에게 처음부터 세세한 부분을 지적하면서 엄하게 하면, 더 이상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겁니다. 도화지에 크래용으로 마음껏 그림그리는 아이에게 옆에서 이런저런 지적을 하면 그 아이가 더 이상 그림그리고 싶어하지 않는 것과 같은 겁니다.'
'일본에선 전통적으로 장은 포졸들이 사용하는 무기입니다. 지금도 기동대에서는 장을 사용합니다. 그러니까 장은 죽이는 무기가 아니라, 벌주는 무기입니다. 최소한의 상처로 최대한의 대미지를 주도록 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것은 검을 사용하는 무사의 룰이기도 합니다. 무사는 기본적으로 군인, 적을 죽이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사람을 죽이는 것은 역시 괴로운 일입니다. 그렇기에 최소한의 상처를 주면서 최대한의 대미지를 주는 방법을 연구개발하면서 기술의 레벨이 높아진 것입니다.'

선생의 간합은 '나와 상대의 앞발 엄지 사이의 거리가 내가 기지개를 키면서 엎드렸을 때 닿는 거리'였는데, 받기인 나를 마치 술래잡기하듯 이리저리 도망치다 멈추게 하신 후에는, 당신의 몸을 엎드리며 그 거리를 쟀는데, 몇 번을 해봐도 더도 덜도 아닌 똑같은 거리에 맞춰져 있었다. 결국 나는 언제나 선생의 거리 속에 들어가 있는 셈이었다.

이와마 스타일의 목검 끝이 여타 일반 목검과 달리 뾰족하지 않고 뭉툭한 이유는 그것이 '곡괭이 자루'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1945년부터 1949년까지 GHQ(미국 점령군)의 맥아더 장군은 일본내 무술 수련을 금지시켰을 때, 목검을 사용하는 것은 헌병들의 시비를 불러올 수 있기에 곡괭이 자루를 그대로 목검 대용으로 사용한 것이 이와마류 목검의 유래라고 한다.

장의 길이 역시 이와마의 것과 본부도장의 것은 서로 다르다. 일반적인 본부도장 스타일의 장이 겨드랑이 높이의 길이인데 반해, 이와마의 것은 겨드랑이 높이에 주먹 하나를 더한 길이라고 한다. 이것은 이와마의 장이 '갈퀴 자루'를 그대로 쓴 것이라 갈퀴를 끼우는 부분이 주먹 하나 정도의 폭이기에 그런 것이라고. 모든 것에는 유래가 있고, 국가, 지형, 환경, 문화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설명해주셨다.

홈마 선생은 '검 대 장'의 상황에서의 기술공방이 다시 '장 대 장''검 대 검''체술'로 변화하는 것을 보여주셨다. 또한 다시1대 1에서의 공방이 1대 2로, 근거리-일반-먼거리 간합에 따른 변화 이 모두가 하나의 통일된 움직임 속에서 이루어짐을보여주셨다. 이것이 홈마 선생이 특화한 부분인데, 선생의 무기술은 故 사이토 모리히로 선생의 이와마 스타일을 바탕으로 새로이체계화한 것이다. 사이토 선생의 무기술을 '흠결이 있다'고 하는 지적도 있지만, 체술-검술-장술의 모든 움직임이 하나의'통일성'을 이루는 시스템을 만들어낸 것은 개인적으로 대단한 업적이라고 생각한다.

**

선생은 AHAN(Aikido Humanitarian Active Network)이란 아이키도를 통한 인도주의 봉사단체의 수장이시기도 하다. 아이키도의 철학을 도장 안에서만이 아니라 전세계를 대상으로 전파하고, 또한 각 도장들이 소속 커뮤니티에 봉사하는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AHAN의 활동지역은 미국,일본만이 아니라 멕시코, 터키, 아제르바이잔, 터키, 방글라데시, 모로코, 이탈리아, 브라질, 중앙아메리카, 체코슬로바키아 등 전세계를 망라한다.
선생께 곧 1년간 동티모르에 파견나가게 된다고 말씀드리자, '위험한 곳일 텐데. 그래도 좋은 경험이 될 걸세. 현지에 가서 필요한 것이 있으면 메일을 보내게나. 돈, 도복, 매트리스 등 뭐든지 보내주도록 하지.'라는 생각지도 못한 지원을 약속해주셨다. '미국에서의 5천달러는 별 거 아닐 수 있지만, 그 돈이 다른 나라에서는 한 사람의 평생교육비가 될 수도 있지. 같은 돈이라면 더 뜻 깊은 곳에 쓰는 게 좋아.'

단 두 번의 만남이지만, 선생은 배울 게 많은 분이었다. 무술의 실력과 그 무술의 철학을 어떻게 사회에 환원하는가, 계파에 관계 없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세대를 위한 후진을 양성하는가에 대해서 모범답안을 몸소 보여주시는 분. 이러한 분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또한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신 선생님과 척박한 땅을 개척하는 변함 없는 정열을 불태우는 석영민 호연도장장과 그 부인께도 언제나 고마울 따름이다.
마지막으로 곧 1년간 한국을 떠날 것임에도 불구하고 3주 연속 주말외박을 감행한 남편을 이해해주는 아내에게 가장 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Posted by aikid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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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word0805 2006/11/27 11:14  Comment address/댓글주소  Edit/Del;수정/삭제  Write/댓글쓰기

    서울에서 열렸다면 참가를 했을땐데 아깝군요 아이기도 저널로 읽어봤는데
    무도를 통해 사회사업을 하시는게 인상적이었습니다 . 결코 무도인이라 하여
    세상과단절하는것이 아닌 세상 더불어 사는 것이라는것을 느끼게 해줬죠
    운영자분의끊임없는 노력과 기고를 통해 어느정도 느낌을 느낄수있다는게
    중요한것 같습니다 . 운영자분의글을 감사히 읽고 있습니다

  2. 박상욱 2006/11/27 12:38  Comment address/댓글주소  Edit/Del;수정/삭제  Write/댓글쓰기

    서울에서 열렸다면...이부분이 참 아쉽습니다..
    저는 지방수련생입니다..거기에다 일요일이 없는 교대근무생활을 합니다.
    비록 많은 세미나나 강습회에 참여하지는 못하고있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서울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여할려고 노력하고있습니다....
    서울에서 수련하시는 분들 상상이상으로 시간적 금전적으로 투자하고있습니다.
    그렇다고 아깝다고는 생각하지 않고있습니다.....투자한만큼 보다 더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때문입니다....
    성주환님도 어렵게 시간을내주셔서 지방까지 내려와주셨습니다...덕분에 이번강습회가 더욱더 알찬 강습회가 될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본부회원분들도 좀더 지방행사에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ps .말이 길어졌습니다...
    성주환님 아무쪼록 건강히 다녀오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3. 박철우 2006/11/28 13:50  Comment address/댓글주소  Edit/Del;수정/삭제  Write/댓글쓰기

    하동입니다 이번 행사사진 보냈으니(보내고 확인하는데 하루를^^)확인하시고 동티모르 잘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4. 송은석 2006/11/29 13:14  Comment address/댓글주소  Edit/Del;수정/삭제  Write/댓글쓰기

    주환씨 글잘읽었습니다. 행사에 참가하지 못한게 정말 아쉽습니다. 정말 감동적인 강습회인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가서 건강하시고 1년뒤에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받으면 합니다. 아! 그리고 이글 퍼가도 되나요. 좋은내용을 회원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부탁합니다.

1. 동티모르 파견일이 1주일 늦춰졌다. 11월 23일 출국한다고 언론보도까지 난 상황에서 이게 왠일이냐, 난 어제 대장님을 비롯한 모든 직원들에게 작별인사까지 했단 말이다! '완전히 새됐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인가?

2. 서울경찰특공대에서 P7권총 사격연습을 했다. 이건 또 왠일이냐. 정중앙에 다들어간다! 지금까지 사격하면서 이런 적 처음이다. 특공사격, 서서쏴, 무릎쏴, 이동쏴, 한손(오른손, 왼손) 사격, 다 쑥쑥 들어간다. 물론 특공대원만큼의 전문사격은 아닌 기초적인 사격이지만 스스로가 신기할 정도. 그 원인은 무엇일까?
1) 좋은 총이라서. 2) 어쩌다가 그냥 3) 좋은 교관을 만나서 4) 스가와라 선생의 세미나 덕
1)-4)까지 모든 보기가 다 맞겠지만, 3)과 4)에 특히 마음이 간다.
지난 번 사격훈련 때도 좋은 교관 덕분에 사격이 향상되었고, 이번 사격훈련 교관도 약간의 자세교정과 조언으로 명중률이 순식간에 월등히 좋아졌다.
스가와라 선생 덕이라는 건 홍두깨 같은 얘기지만, 선생의 세미나 때 가장 신경쓴 것이 '자세의 안정'과 '어떻게 서느냐'였다. 움직임의 기본이치는 어떠한 종목이든 서로 통하는 바가 있다. 그 결과가 이렇게 단숨에 나타난다는 것이 놀랍다.
역시 좋은 선생은 중요하다.

3. 1주일 파견이 늦춰져서 기쁜 점은 홈마 가쿠 선생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
스가와라 선생이 귀국하시자마자 11월 22일에 홈마 가쿠 선생이 작년에 이어 다시 방한한다. 아마도 이번에는 관장님의 11월 25일 순천세미나에 동행하시지 않을까 하는데, 이번에도 통역을 맡아야 할 듯.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이리 기쁜 일인 것인지 아이키도를 하기 전에는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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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나엄마 2006/11/22 08:22  Comment address/댓글주소  Edit/Del;수정/삭제  Write/댓글쓰기

    미안해.. 당신의 기쁨을 익일 13시까지로 제한해버려서..
    하지만 나의 기쁨도 좀 존중해달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