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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2/22 도를 넘어선 소년들. (1)

오늘은 아예 랩탑을 인터넷 카페까지 가져왔습니다. 요즘 패트롤 근무로 스케줄이 들쑥날쑥이라, 햇볕에 통구이가 되는 걸 피할 수 있는 수련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신에 왠만한 거리는 그냥 걸으면서 땀에 푹 절은 채 돌아다닙니다. 물과 수건은 필수. 아, 오늘은 수건을 안 갖고 나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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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7일 코모로에서 오전 중 갱단 '77'과 'PSHT(Sacred Heart)' 간의 싸움으로 30세 남자 갱 한 명이 총에 맞아 죽고, 반대편 한 명은 다트를 가슴에 맞고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곧 숨졌습니다. 딜리 병원이 베코라 구역 내에 있기 때문에 금일 근무조가 병원을 집중순찰하도록 되었는데, 저는 전반 데스크 근무를 맡았기 때문에 현장에 있지 않았지만, 부검을 불신하는 티모르 문화때문에 환자의 가족과 갱단 멤버들이 병원 앞에서 시신을 찾아가겠다고 스트라이크를 일으켜 한동안 막느라 비까지 맞으며 고생하였습니다. 하지만 같은 베코라 지역임에도 경찰서에 있던 저는 한방울의 비도 내리지 않는 걸 원망하며 기우제를 지내려 하고 있었습니다만..

'77' 대 'Sacred Heart'. 갱단 이름치고는 너무 우아하지 않습니까?

이날 낮에 JICA의 와다 씨와 드디어 만나 점심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역시 아이키도의 수련은 중단된 상태. 마샬아츠 그룹에 대한 인식이 너무 좋지 않고, 아이키도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아예 수련을 시키려 하질 않는다고 합니다. 이곳의 마샬아츠 그룹들 중에 유단자는 한 명도 없다고 합니다. 대부분 2,3급 정도. 자신의 힘을 가장 시험해보거나 과시해보고 싶은 시기. 그렇기 때문에 무도를 시민을 상대로 하여 보급하기 보다는 경찰에게 우선 보급시켜 이미지를 쇄신하는 게 더 나은 방편일 듯 하며, 그 길을 뚫어보려고 합니다만, 쉽지 않습니다.

이곳의 젊은이들은 밤이 되면 불빛도 없이 둘러앉아 잡담을 나누는 것 정도 외에는 할 일이 없습니다. 데이트를 하려 해도 레스토랑이나 호텔은 그들에게 턱없이 비싼, 문턱 높은 곳일 뿐. 그들이 외국인들에게 반감을 가진다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을 듯 하다. 17일의 갱단 간 사망자를 두고 SA에서는 호주군인의 총격으로 사망했다는 루머를 퍼뜨리고 호주인들에게 복수하겠다며 벼르고 있다는 정보가 입수되었습니다.

현재 동티모르의 상황은 한국의 근대사와 너무나 닮아있습니다. 현 정부를 이루고 있는 정치인들은 무능하고 독립 당시 외국에 피신해 있던 사람들입니다. 동티모르 내에서의 동서갈등은 1999년 독립을 위한 국민투표와 함께 시작되었는데, 동티모르 내 13개 디스트릭트 중에서 동부를 이루는 3개 디스트릭트는 독립찬반 결과 반반이 나왔고, 서부를 이루는 10개 디스트릭트는 95% 이상이 독립에 찬성했다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의 요직은 모두 동부 출신이 장악하고 있고, 동부 출신 고위층 대부분은 읽거나 쓸 줄도 모를 정도라고. 교육을 많이 받고 능력있는 서부출신들은 승진하고 싶어도 파벌때문에 할 수가 없는지라, 이런 불공평한 상황에서 500명의 군인들 중 서부출신이 대부분인 군인 81명이 해고당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해고당한 이들은 정부청사 앞에서 2주간 시위를 했지만 정부는 아무런 해명이나 사태 진정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으며, 비극이 발생했다.

지금 이곳의 정치인들은 국민에게 아무 것도 해주지 않기에 국민들의 대정부 불신은 아주 깊고, 국민들은 내년의 선거에서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갱들을 은밀히 지원하면서 사회혼란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PSHT(Sacred Heart) aka Nehek Metan(흑개미)라는 갱단은 인도네시아 계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리더 또한 인도네시아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근래 가장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아이러니칼한 것은 이들이 SEPROSETIL이라는 경비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겁니다. 또한 이들은 티모르의 2대 야당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호주군에서 복무하다가 1999년 동티모르에 귀국하여 복무하던 알프레도 대령은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나라의 현실에 절망하여 반기를 들고 산에 숨었고, 현재 수배가 내려진 상태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들, 심지어 경찰들도 그를 최소한 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기에 그는 여전히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는 동티모르 국민들에게 체 게바라와 같은 존재일 겁니다.

제가 우려하는 것은 내년의 선거 전후, 그리고 이후에도 길게 이어질지 모를 혼란입니다. 국민들은 아무런 정보도 구할 수 없기에 누가 옳은지 그른지 판단할 수가 없습니다. 또한 한국의 역사를 보아서도 그렇듯이 이곳에 군사정권이 들어설 수도 있고, 다시 긴 고통을 겪게 될수도 있습니다.

역사는 어딘가에서 반복된다는 것을 저는 이곳에서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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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과 마샬아츠 그룹이 거의 동일시되고 있지만, 실제로 무술과 관련된 갱단은 'Sacerd Heart'뿐이라고 합니다. SH와 관련된 무술은 인도네시아의 전통무술인 실랏(Silat)입니다. 대립하고 있는 '77'은 무술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통역인 F에 따르면 SH를 제외한 마샬아츠 그룹이 하고 있는 무술은 후권(Monkey style Kunfu), 응조권(Eagle Style Kungfu), 호권(Tiger Style Kungfu) 등이라고 합니다. 중국사원과 묘지가 따로 있을 정도이니 중국의 영향이 상당히 큰 듯 하지만, 이들이 정식으로 사사받은 것은 아니며, 자기들끼리 익힌 것이라 합니다. 여러 마샬아츠 그룹 중 싸움을 벌이고 다니는 것은 SH뿐인데, 이전에 후권 그룹과 싸워서 진 이후로 '77'에게 방향을 돌린 것이라고.
(어제 21일 낮에 콜메라 상가 가판에 책을 사러 갔다가, 한 PNTL(현지경찰)을 만났습니다. 그가 일본의 쇼린지켐포를 아냐고 묻길래, 안다고 했더니 아주 반가워 하더군요. 초단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예전에 일본 공병대가 왔을 때 배운 것이 아닐까 합니다만. 예상외로 다양한 무술들이 알음알음 전파되어 있습니다. 사진을 같이 찍을 걸 그랬습니다.)

충격적인 것은 이들 갱단 대부분의 나이가 중고생 정도라는 겁니다. 그저께  SH의 멤버 4명을 체포한 다른 조 조원에 따르면,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앳된 아이들이 옷안에 하얀 띠를 매고 있기에 무엇이냐고 했더니 '트레이너'의 표식이라고 했답니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은 아이들의 싸움이라기엔 너무 큽니다. 중고등학생들이 그룹을 지어 싸움을 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글도나, 다트 혹은 작게 자른 철근을 쏘는 새총, 돌 등을 사용하면서 사망자가 발생할 정도로 싸우고, 정치인의 은밀한 지원을 의심받는다는 것은 도를 한참 넘어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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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아이들이 주로 하는 놀이는 쇠파이프 끝에 성냥대가리를 채워넣은 사제폭죽을 차가 지나갈 때 땅에 세게 쳐서 총소리와 비슷한 폭발음이 나게 하여 놀래키는 겁니다. 너무 일상적인 모습이 되어 이제는 거의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정도가 되었는데, 곧 크리스마스인지라 불꽃놀이는 더욱 더 잦아지고 있습니다. 차라리 불꽃축제나 경연대회를 열어 양성화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심지어 패트롤카가 지나갈 때도 웃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폭죽을 터트립니다. 아직 어린아이들인지라 아무것도 모른채 그저 재미있다면서 하는 것이겠지만, '깨진 유리창'이론에서 보듯이 이런 작은 것부터 제재하면서 '하면 안되는 짓이 있다'는 걸 알지 못하면 자라면서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것이 극단화된 것이 지금의 소년갱단 간의 싸움인지도 모릅니다. 범죄의 온상이었던 뉴욕에서도 대형범죄가 아니라 아주 사소한 범죄의 검거 및 처벌에 집중한 결과 대형범죄까지 크게 감소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들을 지금이라도 제재하지 않으면 어느 정도까지 퍼질지 모릅니다.



Posted by aikid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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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우석 2006/12/26 01:23  Comment address/댓글주소  Edit/Del;수정/삭제  Write/댓글쓰기

    동티모르의 상황에 대해서 자세히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티모르에 관심이 많았는데, 알아보니 지금 군은 파견이 안되더군요. 아쉬운 마음이 컸는데, 이렇게 현지의 소식을 듣게 되어, 한편으로는 현지의 치안과 질서유지에 힘쓰시는 주환님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