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24
'바르게 지는 법을 배움으로써, 바르게 이기는 법을 배운다.'
이번 강습회에서 마도카 선생이 전해주신 조언 중에서 가장 무겁게 남은 말이다.

올해 제6회 북신일도류(북진일도류) 강습회는 고양시 능공초등학교에서 10/21-22까지 양일간 치러졌다. 이번에도 역시 통역으로 참가하였으며, 업무관계로 토요일 단 하루만 참가할 수 있었다.

2006년은 북신일도류가 한국에 정식으로 첫선을 보인지 6년, 그리고 북신일도류 본부 현무관의 첫 해외지부 창설과 함께 사토 7단이 한국에 파견되어 지도한지 1년이 되어가는 해이다. 또한 강습회 이틀째인 10/22일에는 첫 승단심사가 치러져 많은 초단자를 배출, 국내의 북신일도류 전파에 가시적인 성과가 이루어지는 등 뜻 깊은 해가 되었다.

이번 강습회에는 북신일도류 6대종가 고니시 마도카 선생을 비롯, 시바야마 히로키 사범, 시미즈 오사무 사범, 그리고 또 한 사람의 수련생 총 4명이 한국을 찾았다. 사토 하루히코 한국지부장의 열성적인 노력으로 현무관 한국지부 및 지방 수련모임의 수련생들은 예년에 비해서 괄목할 만한 수준향상이 있었음은 비수련자인 본인도 알 수 있었고, 마도카 종가 역시 직접 '아, 많은 향상이 이루어졌습니다.'라고 강습회 도중 내게 얘기해주시기도 했다.

벌써 6년이 된 것이다.

한국에서 아이키도를 익혔던 이승혁 씨가 일본유학 당시 현무관에 입문, 북신일도류 종가와 인연을 맺게 되고, 이 인연이 다시 한국의 윤대현 선생과 이어진 '인연의 순환고리'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것이다. 단지 맺기만 한 것이 아니라, 꾸준히 잇고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서로 주고 받는 것이다.

시미즈 오사무 사범은 이번 방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처음 한국에 온 것이 6년 전, 첫 강습회 때였습니다. 마도카 선생에게 끌려 온 거였죠.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에 대한 관심은 그리 크지 않고, 단지 이승혁 씨를 통한 어렴풋한 느낌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강습회를 참가한 후, '더욱 열심히 해야 겠다. 지금 하는 무도를 더 소중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고, 이제 북신일도류의 사범이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한국이 없었다면, 어쩌면 지금의 저도 없지 않을까'하는 점에서 여러분들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에 올 때마다, 그저 1년에 한 번이지만 작년에 만났던 이들을 다시 만나게 될 때, '아, 다시 만났다. 잘 되었다.'하며 기쁜 마음을 가집니다. 여러분,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매년 단 한 번 뿐이지만, 다시 만나게 되어 기쁘다'라는 그의 얘기는 내 생각과도 똑같다.

블로그에도 올렸지만, 나는 비록 북신일도류(북진일도류)를 수련하진 않더라도, 그저 바로 옆에서 직접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을 느낀다. 그리고 인연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실감한다.

이번 강습회에서는 종전의 강습회에서는 볼 수 없었던 기술들이 모범연무되었는데, 나기나타 술과 고타치(소태도) 술도 있었다. 매 시간마다 그 시간에 해야 할 것들을 종가와 사범들이 직접 모범연무하였고, 참가자들은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할 수 있었으며, 숨을 죽일 수 밖에 없었다.

6대 종가 마도카 선생의 발도술을 바로 옆에서 정좌하여 지켜보다가, 검집에 들어있던 칼이 어느새 아무 소리 없이 뽑혀나온 것에 너무 놀라 말 그대로 오줌을 지리며 뒤로 자빠질 뻔 했다. 중간 과정이 보이지 않았다. 평소의 온화한 눈빛이, 검을 드는 순간 마치 발톱을 숨긴 야수처럼 냉정하게 변하면서, 절을 하는 순간에도 상대의 손끝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머리는 차갑게, 몸은 뜨겁게'라는 선생의 조언이 그대로 전해졌다.

구미타치의 연무에서는 마도카 선생과 시바야마 씨의 사이에 감돌던 팽팽한 긴장감에 모두들 압도되었다. 그 광경이 내게는 마치 '무언의 대화'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비록 기술의 순서, 승패가 정해져 있는 형을 하고 있을 뿐이지만, 그 과정에서 매우 복잡한 공방이 이루어지고 있음이 두 선생의 온 몸에서 풍겨나왔다.

마도카 선생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세메(공격)에 대해서 설명하겠습니다. 구미타치 2번을 예로 들면, 칼끝이 서로 두 번 교차하는데, 이는 실제로 진검의 공방이 이루어졌을 때의 수십, 수백회의 교차를 단 두 번으로 압축한 것일 뿐입니다. 진검을 들고 할 때는 섣불리 치고 들어갈 수가 없지요. 그러므로 한 번의 교차에 수십, 수백회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검의 날은 매우 얇습니다만, 이 얇은 검의 두께만큼만 상대의 검을 빗겨낼 수 있다면, 상대에게 내 공격을 성공시킬 수 있습니다.
일족일도란 말은 말 그대로 한 발만 내딛으면 서로의 검이 닿게 되는 위험한 거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간합에 있어서, 일족일도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마치 자석이 서로 반발하는 것과 같은 힘을 서로 느껴야 합니다. 내가 한 발 들어간만큼 상대의 검 역시 나에게 가까워졌음을 느껴야 하는 겁니다. 고로 목검을 들고 연습하지만, 진검을 상대하고 있다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마음가짐이 없이는 검의 거리와 감각을 익힐 수 없습니다."

이번 세미나는 초급(초심자), 중급(유급자), 상급(초단응시자 이상)의 3그룹으로 클라스를 나누었는데, 마도카 선생과 함께 각 클라스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입문하지 않았기에 검을 쥐는 것은 실례라고 생각하고, 통역만을 하러 일부러 검을 들고 오지 않았지만, '같이 하는 것 자체가 좋은 것'이라며 선생은 직접 검을 쥐어주셨고, 잠시나마 전혀 생각지도 않은 개인교습을 받는 행운을 누렸다.

"구미타치의 의미는, '바르게 지는 법을 배움으로써, 바르게 이기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구미타치에서는 이기는 자와 지는 자가 정해져 있습니다. 이기는 쪽만을 연습하면, 지는 법을 연습할 수 없습니다. 바르게 지는 법을 배움으로써 바르게 이기는 법을 익힐 수 있습니다."
작년에 하셨던 '이기는 법이 아니라, 지지 않는 법을 배운다'는 말씀과도 상통한다고 느꼈다.

북진일도류 등 고류에 있어 한 번의 형을 하기 전에 이루어지는 예법은 복잡하고 일견 거추장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이것이 정말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상대와의 거리를, 내가 있어야 할 곳을 자연스럽게 익히는 수련이 아닐까. 간합을 정하는 능력이야말로 진정 호신에 필요한 능력이 아닐까.

시바야마 씨에게 위와 같은 견해를 전달하였다. 다시 만난 시바야마 씨의 검은 작년에 비해 '더 길어보였다'. 실제로 길다는 게 아니라, 검끝에서 뻣어나오는 뭔가가 더 길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여전히 발전하고 있었다.

"소태도의 형은 자신을 버리지 않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기술이란 느낌을 받았습니다."
"음, 그럴 수도. 소태도는 검의 길이가 짧지만, 수련을 통해 태도의 날길이와의 차이를 메워야 합니다. 어떠한 길이의 것을 들더라도 태도를 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야 합니다."
"수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본 중의 기본이면서 가장 어렵게 느껴집니다."
"저의 경우는 개인 수련시 시간이 없어 많은 것을 하지 못할 때는, 거울 앞에 서서 중단세를 취하고 유지하는 연습을 합니다. 하고 있자면 잡념이 들지요. '팔이 저리다, 다리가 저리다, 허리가 아프다' 등등. 하지만, 꾸준히 집중하면서 이런 잡념을 떨쳐내고 지금 이 순간을 잡으려고 노력합니다."

토요일 강습회 후 이뤄진 회식에서, 마도카 선생은 5대 종가 고니시 츄지로 선생이 직접 쓴 감사장을 윤대현 선생과 사모님인 신미애 씨에게 전달하였다. 2년 전 뵈었던 5대 종가의 모습. 노구를 이끌며 수십년 만에 다시 찾은 한국에게 조금이라도 더 자신의 것을 전해주고자 하던 그의 모습이 생각났다.

오늘 화요일 11:30분 비행기로 마도카 선생 일행은 귀국했다. 내년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꼭 다시 만납시다.

(왼쪽부터 사토 하루히코 북신일도류 현무관 한국지부장, 시바야마 히로키 사범, 윤대현 관장, 고니시 마도카 북신일도류 6대종가, 시미즈 오사무 사범, 운영자)

p.s.1 사토 선생은 여전히 한국에 남아, 북신일도류의 싹을 틔우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의 순수한 열정에 존경을 표한다.

p.s.2 배웅하면서 시바야마 씨에게서 검도용 면수건을 선물로 받았다. 별로 해준 것도 없는데 오히려 받기만 하는 듯 하여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어떠한 일이든 언제나 '고마움을 표현하는 습관'은 꼭 본받아야 하겠다. 아직 내게는 이런 점이 부족하다.






Posted by aikid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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