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오전, 오후 두 타임씩 수련을 진행하다보니 가장 문제되는 건 도복. 특히 나처럼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은 매번 수련이 끝나고 도복을 세탁하지 않으면 퀴퀴한 땀냄새 때문에 질식사가 우려될 정도라서, 따로 호흡법 따위 할 필요도 없이 우케는 알아서 나자빠짐.

일반 수련생이 입는 일중직 도복은 땀에 절으면 몸에 착 달라붙어 후줄그레 한데다가 무슨 물 속에서 헤엄치는 듯한 느낌이 들고.(아마 난 옷 입혀놓고 물에 빠뜨려도 수영 잘 하지 않을까..) 선수용 이중직 도복은 몸에 달라붙지 않고 형태를 유지하지만, 두꺼운 만큼 땀을 팍팍 빨아들여서 아주 갑옷을 입은 것처럼 무거워. 게다가 이중직인만큼 세탁 후 말리는 데도 시간은 두 배. 아침 수련 끝나고 세탁기 돌린 후 도복 널고 오후 수련 시작 전에 도복 걷고.. 빨리 마르라고 야외에 널어놓는데, 혹시나 비가 오진 않을까 하늘만 바라보고.. 땀을 많이 흘리면 이래저래 피곤해.

그러던 중, M사가 이중직 기능성 도복을 개발, 판매한다는 소식에 귀가 솔깃. 에어로쿨 재질이라 땀이 빨리 마르고 시원하데. 사고 싶지만, 아.. 탄약이 없어. 마침 제주도 ㅁ 씨께서 도복 사려한다는 얘기 듣고, 그를 꼬셔서 이걸 사게 했어. 본부도장에서 만나 직접 눈으로 봤더니, 오, 괜찮아! 이중직임에도 재질도 부드럽고, 깔끔해. 왠일이야, M사? 사자! 남은 건 와이프님의 윤허 뿐.
'사도 돼?'
'전에도 샀잖아!'
'아니, 이건 새로운 재질의 어쩌고 저쩌고..';;;
'..사라.'
아.. 와이프님의 머리 뒤에 후광이 보였어.

그래서 질렀다!

도복 도착!

보무도 당당한 기능성제품 태그.


도복 풀어헤쳐지는 걸 싫어하는지라 공수도 도복처럼 양 옆구리에 끈을 달아달라고 했어.


어깨와 등 부위의 덧댐천을 바지재질로 바꾼 것.

일반적인 선수용 유도복.(6년째 사용중인 D사 제품)


어깨를 감싸는 두꺼운 천 부분을 바지 재질과 같은 걸로 교체해 달라고 했어. 선수용 유도복은 원래 상대에게 잡히지 않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 덧댐 천이 무지 빳빳해. (내가 기존에 갖고 있던 D사의 유도복 사진과 비교해보면 감이 잡힐 듯.) 얼마나 빳빳한지 이거 입고 일교운동하면 어깨에서 '빳! 빳!' 소리가 난다니까. 그래서 유도 대련에서 잡기싸움할 때 잘못 잡으면 손톱 날아가는 건 문제도 아냐. 근데 거꾸로 아이키도처럼 어깨를 자유로이 움직여야 하는 경우엔 좋지 않아서 재질을 바꿔달라고 했는데, 수선비용이 들기는 했지만, 도복의 모양이 흐트러지지도 않고 움직임도 훨씬 편해.

두께와 빳빳함의 정도는 선수용 유도복(이중직)과 연습용 유도복(일중직)의 딱 중간 정도인 듯. 이 정도면 상의 아랫단 길이만 조금 더 길게 하면 아이키도 도복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아.

결론은 대만족. 수련 때 입어보면 또 다른 장단점이 드러나겠지.

(이상은 '하카마 예쁘게 입기회' 부회장이 제주도 ㅁ 씨의 지름신 재강림을 부추기고자 쓴 리뷰였음.)

p.s. 같이 보내주는 띠는.. 그냥 말 안 하는 게 속 편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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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ikidokr 2010/07/28 21:00  Comment address/댓글주소  Edit/Del;수정/삭제  Write/댓글쓰기

    2시간 수련해 본 결과.. 대만족! 이제 세탁 및 건조의 관문만 남았음!

  2. 김대윤 2010/07/28 19:58  Comment address/댓글주소  Edit/Del;수정/삭제  Write/댓글쓰기

    나도 탄약이 필요합니다 ㅎㅎㅎ

  3. 신수철 2010/07/28 23:04  Comment address/댓글주소  Edit/Del;수정/삭제  Write/댓글쓰기

    부회장님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리뷰 감사합니다. 우리 회장님께서는 '난 그런거 몰라..' 하면서 이와타겠지요..

  4. 문영찬 2010/07/29 09:18  Comment address/댓글주소  Edit/Del;수정/삭제  Write/댓글쓰기

    오~~ 강림하시는 지름신의 모습이 자꾸 보여..-.-

  5. 김병수 2010/07/29 22:43  Comment address/댓글주소  Edit/Del;수정/삭제  Write/댓글쓰기

    헉!!!!하는데요!!!!

    저도 마눌님과 접선을!!!!

  6. 이묘우 2010/07/29 23:54  Comment address/댓글주소  Edit/Del;수정/삭제  Write/댓글쓰기

    ㅎㅎㅎㅎ 성주환님의 글이 갈수록 맛깔스러워지네요. 덩달아 댓글들까지 점점 더 재밌어지는 거 같아요... 재밌게 자알~ 읽고 갑니다~!^^

목검과 장이 도착하야 이제 도장다운 모습을 띠게 되었음이나.. 뭔가 허전하도다.. 사진마저 우중충..


세경님의 사진을 붙여놓으면 좀 나을라나..? 슈퍼아저씨, 소주 한 병 사드릴테니, 포스터 한 장만..


에라, 예슬님의 사진도 붙이자! 이번엔 더 큰 걸로! 에헤라, 좌 세경, 우 예슬이로다!


예슬님의 용안을 Get, 화룡점정에 성공하고야 만 김 모 순경의 한 마디: '제가 이럴 줄은 몰랐어요'



지도원 총평: '그대를 다이아몬드 회원으로 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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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영찬 2010/07/27 15:24  Comment address/댓글주소  Edit/Del;수정/삭제  Write/댓글쓰기

    신성한 도장의 상석에 저런 사진을 붙여놓고 수련을하면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도 집중이 잘 되겠습니까.??
    보는 내가 정말..부러울 뿐입니다..

    역시 유명선생의 모습은 아름다울뿐..!!

  2. 이묘우 2010/07/29 23:57  Comment address/댓글주소  Edit/Del;수정/삭제  Write/댓글쓰기

    신성한 도장에 80년대 통닭집에나 붙어있을 법한 사진들을 붙여놓다니, 역쉬 대단~하네요!
    김 모 순경, 같이 잡아봤을 때 굉장히 순수하고 좋은 느낌이 들었는데
    성 모 경감님 때문에 저리 망가지셨군여...(역시 상사를 잘 만나야...-.-)



포항시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이자 대구초심도장 수련생이신 유종 씨께서 아이키도저널에 글을 기고하셨네요.(7월 20일자) 공연 중 연미복을 입고 아이키도 시범이라니, 재미있는 아이디어입니다.
Mr. Djong Victorin Yu, a principal conductor of Pohang Simphony Orchestra and student in Chosim dojo, Deagu, worte an article for Aikido Journal on Jul 20th. Aikido demonstration in tails during a classic concert? Very good idea.

글은 다음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You can read it via the link below.

http://www.aikidojournal.com/blog/2010/07/20/aikido-on-stage-in-tails-by-djong-victorin-yu/

<7/22일자 첨부>

'원문을 읽으라면 번역기를 돌리란 말이더냐'라는 제주 ㅁ 씨의 항의(?)에 따라 원문 번역을 게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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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미복을 입고 무대에서 아이키도를'

지 난 금요일 2010년 6월 25일에, 저는 무도가이자 예술가로서 무대에서 작은 시범을 보였습니다.저는 지휘자이고, 콘서트의 테마는 '전쟁과 평화'로서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을 되새기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제가 지휘한 교향곡은 리차드 스트라우스의 'Ein Heldenleben'으로서 한 영웅과 그의 적, 동지, 적에 대항한 전쟁, 승리, 그의 삶과 죽음에 대한 것입니다.

제 가 이곳 한국 포항에서 콘서트를 할 때 언제나 그러듯이, 음악이 시작하기 전에 스트라우스에 대한 짧은 강의를 했습니다. 제가 어떻게 전쟁이 시작되는지에 대해(그것을 유발하였든 침략을 당했든지 간에) 질문을 청하자, 한 아이키도의 동지가 무대 위에 올라섰습니다. 관람객들은 물론 무대 위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도, 그건 마치 우리가 무대 바로 위에서 말다툼을 하다가 드잡이를 하는 것으로 보였을 겁니다. 저는 호흡던지기를 하여 그녀(억센 체격의 오스트리아인)를 무대 저편으로 던졌고, 그녀는 마루바닥에 쿵 소리를 내며 떨어졌습니다. 거긴 매트 따윈 없었습니다! 그녀는 한동안 죽은 채 했지요. 저는 왼손에 마이크를 쥔 채 관람객들에게 이 일을 챙기도록 하겠다고 설명하고는 그녀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갑자기 저를 다시 잡기 시작했고, 저는 한 번 더 그녀를 던졌습니다.

저는 이미 이 시퀀스의 시간을 계산해 놓았고 두 번 이상 던지면 안 된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무대 위 몇 사람과 관람객 중 몇몇은 무대 위에 뛰어들거나 경찰을 부를 참이었는지라, 저는 장난기 있게 마이크로 그녀의 머리를 톡톡 쳤습니다. 그리곤 제 오른팔을 잡은 그녀의 강인한 두 팔은, 만일 제가 그녀의 세계로 들어설 경우 이겨내기엔 너무나 강했다고 설명했습니다.(저는 이러한 상황에서 상대에게 다가가는 게 얼마나 불가능한 것인지 시범보였습니다.) 하지만 만일 제가 둘러가며 나의 세계 속에서 나의 일을 한다면 나 자신을 지키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것도요. 저는 다시 한 번 호흡던지기를 하여 그녀를 던졌습니다. 제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다시 숨을 헐떡였습니다. 그들은 이 키 작고 온화한 지휘자가 아무런 망설임 없이 실제로 유럽 여성을 제어하리라고는 믿지 못했습니다. 저는 한국의 역사와 전쟁의 전술에 대해 간략히 말하면서 강의를 마쳤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친구를 관람객들에게 소개했습니다.

저는 돌아서서 'Ein Heldenleben'을 지휘했습니다. 제 오케스트라 단원 대부분은 여성입니다. 그들은 대단히 충격을 받았지만, 남성들은 더욱 그러한 듯 했습니다. 나중에, 관람객들 중 많은 이들이 제게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표정과 반응을 보았기에 그 상황이 진짜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단원들에게 이 무대 위의 소극을 미리 말해주지 않길 잘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시범을 보이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제 복장이었습니다. 커프링크를 단 프렌치 커프스, 조끼, 연미복을 입는 건 도복을 입는 것 만큼 편하지 않습니다. 제 우케는 이 옷 위로 저를 잡는데 곤란을 겪었습니다. 저 역시 소매가 뜯겨나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습니다. 관람객들 중에 섞여 있던 다른 아이키도 친구는 제 연미복 차림이 단정하고 우아해서 결국 그 장면을 더 보기 좋게 만들어준 듯 하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일상적인' 상황에서 아이키도를 적용할 수 있게 되어 기뻤습니다. 비록 무대 위에서 연미복을 입은 것이 거리에서 하카마를 입고 있는 것보다 더 일상적이라곤 할 수 없겠지만 말입니다.

제 주절거림이 여러분들에게 즐거웠길 바랍니다.


유종

수석 지휘자

포항시 교향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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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묘우 2010/07/30 00:02  Comment address/댓글주소  Edit/Del;수정/삭제  Write/댓글쓰기

    ㅎㅎㅎ 역시 이리스... 억센 오스트리아인이라... 마음은 누구보다 여리고 따뜻한 보헤미안 여인... 잘 읽었습니다~